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의정부교구 설정 20년을 맞이하는 동시에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이하 민화위)도 약관의 나이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달 말에 민족화해 관심 사제 연수를 갖고 그동안의 민화위 발자취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눔을 통해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민화위 활동들을 되새겨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 정세와 남북 관계에 따라 민화위 사업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고 그 시기마다 특징들도 달리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특징에 따른 주요 활동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교구 설립 초기에는 대북 지원 사업(연탄 나눔)과 북한이탈주민 정착에 따른 지원 사업에 주안점을 두었고 이산가족 미사와 평화 기원 미사를 교구 차원에서 봉헌합니다. 둘째, 참회와 속죄의 성당과 민족화해센터가 의정부교구로 이관되고 완공되면서 이곳이 평화를 위한 기도처와 민족화해를 위한 교육 장소로 활용됩니다. 토요기도회와 DMZ 평화의 길도 이때 시작됩니다. 셋째, 본당 민족화해분과가 설립되고 민족화해학교와 평화사도 양성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에서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가톨릭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지난 20년의 민화위 활동 연혁을 살펴보면서 남북 관계의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우리의 여정이 수고와 보람의 발자취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대전 골령골] 연수 기간 동안 방문한 곳은 옛 대전 형무소 터와 골령골, 그리고 대전 현충원입니다. 이곳 모두 분단과 전쟁의 결과로 생긴 죽음의 현장이라 불릴만한 곳들입니다. 특히 골령골은 6.25 전쟁 전후로 아군에 의해서도, 적군에 의해서도 무참히 학살된 수많은 넋들이 집단으로 묻힌 곳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별칭이 붙은 그곳에서 전쟁의 희생자들과 수많은 이름 모를 넋들을 기억하며 평화의 안식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전 현충원에서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찾았습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이 독립운동가였음을 고백한 그분의 삶이 우리 마음에 깊이 다가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 어둠의 역사에 희생된 분들과 타인과 조국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놓은 분들을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의 희생이 우리 삶의 평화에 밑거름이 되었음을 믿으며 그분들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