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610번지 산77-2. 이곳에 한국 전쟁 중 지어져 사용되다가 폐허로 남겨진 화장시설이 있습니다. 일명 ‘UN군 화장장’이라 불려집니다.주로 영연방 참전 희생자들이 이곳에서 화장되어 본국으로 송환되었다고 합니다. 휴전 협정이 진행되고 그 와중에도 연천과 철원 지역에서는 한 평이라도 더 땅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1952년에 다급히 만들어진 이 화장장은 휴전 협정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계속 사용되었다고 합니다.지금은 굴뚝인 연돌 부분과 무너진 담벼락 일부만이 남아 있습니다.주변의 막돌을 주워다가 허튼 층 쌓기 방식으로 담장을 쌓은 그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정교하고 반듯한 건축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고 주변의 돌들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시급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화장시설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큰길에서 벗어난 언덕배기에 위치한 것도 전쟁의 상황을 가늠하게 합니다. [ UN군 화장장 모습]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아들이자, 아버지였던 그 참전 용사들이 이 머나먼 땅에서 피를 흘리며 죽음을 맞이했던 그 순간을 생각해 봅니다. 같은 부모, 형제의 마음으로 그들의 넋을 위로해 봅니다. 위령의 달을 맞아 지난 11월 8일 이곳 화장장에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했습니다.뜻밖에 150여 명의 많은 신자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전쟁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함께 기도한 것은 처음이라 생각됩니다. [ 전쟁희생자를 위한 위령미사 ] 해마다 위령미사를 봉헌할 때면 추위와 바람에 우리 마음도 얼어붙어 추위에 떨면서 미사를 드린 기억이 있습니다.반면 올해는 남녘에서 비춰오는 따스한 햇살로 우리의 마음도 평화로 따뜻해졌습니다.더욱이 북에 고향을 둔 어느 북향민의 아코디언 연주가 평화의 안식을 비는 우리 바람을 더욱 간절하게 해 주었습니다.“초연히 쓸고 간 깊은 계곡~,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그동안 잊혀졌던 전쟁 희생의 영혼들이, 우리의 바람과 영혼의 위로로 평화의 안식을 영원히 누리시기를 다시 한번 마음 모아 기도해 봅니다. [ 전쟁희생자를 위한 위령미사 중 북향민의 아코디언 연주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