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정국이 혼란스러웠던 지난 연말,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송년의 밤이 있었습니다. 본당 민족화해분과장님들과 분과위원, 평화사도들이 참석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평화를 위한 기도회와 미사에 참석한 후 센터 대강당에서 작년에 개봉한 다큐 영화 [판문점]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전쟁과 휴전의 오래되고도 귀중한 영상들을 시청하면서 새로이 분단의 현실과 빛바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2024. 6. 19. 개봉된 영화 '판문점' 판문점! 조선시대부터 유래한 이 작은 마을은 널문리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임진왜란 때 사람들이 피난을 위해 널판지 대신 대문으로 다리를 만든 것에서 한자로 판문점이라 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휴전 협정의 물꼬를 트고 마침내 1953년 7월 27일 전쟁을 멈추는 휴전 협정을 맺게 됩니다. 이때부터 판문점은 전쟁을 멈춘 합의의 공간으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남과 북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로,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상시로 남과 북이 만나는 대화의 장소로 사용돼 왔습니다. 물론 적대와 갈등, 그리고 폭력과 죽음의 역사적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도끼 만행 사건’으로 알려진 무력 충돌 이후에는 군사분계선이 또 다른 철책이자, 또 다른 분단선으로 고착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판문점은 수많은 방문과 대화의 장소였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유와 평화를 위해 용기 있게 그 장벽을 넘어섰던 ‘평화의 장인’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현재 일반인은 판문점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이 모든 대화의 채널을 끊고 있는 지금, 판문점의 시계도 멈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남과 북이 다시 대화하고 평화를 위해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면 그 첫 번째 만남의 장소는 다시 판문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의 희망은 여기서 끝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이 평화를 지향한다면 그 평화의 시작이 판문점에서 시작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판문점을 자유로이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