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이곳 임진강변에는 겨울이 되면 수많은 철새들이 날아오곤 합니다. 가장 먼저 큰 기러기와 쇠기러기가 먹을 것을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끼럭~ 끼럭~ 소리를 내며 줄 맞추어 날아오르는 기러기 떼를 보면 신기하면서도 평온한 마음이 듭니다. 기러기와 오리 떼뿐 아니라 이곳에는 귀한 몸(?)의 철새들도 볼 수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202호로 지정된 두루미는 정수리에 붉은 점이 있어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불립니다. 몸통이 잿빛이라 붙여진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도 볼 수 있는데 두루미와는 달리 눈가에 붉은 점이 있습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기도 하고 신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겨울 철새로 오는 새 중에는 독수리도 끼어 있습니다. 머리가 벗겨져 있어 불리는 독수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맹독 부류의 조류가 아닙니다. 독수리는 죽은 사체만을 먹고 사는, 어쩌면 겁 많고 소심한 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미터 가까이 되는 날개를 펴고 하늘을 배회하는 모습을 보면 위협적이거나 웅장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1월 민족화해센터 주관으로 “두루미 생명 평화 여행”을 세 차례 시행하였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천연기념물에 속하는 새들을 많게는 수백 마리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DMZ 구간인 태풍전망대 초입에 있는 빙애 여울에서 많은 두루미, 재두루미가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흔히 평화를 상징하는 새를 떠올리면 비둘기가 생각나지만, 분단된 남과 북의 현실에서, 즉 철조망으로 갈라진 이곳에서는 어쩌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 남과 북을 오가는 겨울 철새들, 즉 두루미와 독수리가 평화를 상징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을 다녀온 후 제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는 명장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비무장 지대에서 평화로이 먹이 활동을 하는 두루미의 모습과 두 번째는 붉은 노을이 지는 저녁때 수만 마리의 기러기 떼가 줄지어 잠자리로 돌아오는 그 장엄한 모습입니다. 이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보며 평화는 멀리 있지 않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순리를 우리가 배운다면 우리의 평화는 더 가까이 우리 곁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겨울 철새들이 또다시 우리 곁에 다가오기를 바라며 또 한 해를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