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에서 ...

김인석 시메온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주엽동성당 협력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우리 국민을 아니 전 세계 사람들의 귀를 의심케 했던 비상계엄 소동이 일단락됐습니다. 말 그대로 ‘일단락’일 뿐, 넘고 건너고 헤쳐나가야 할 숙제들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꼬박 넉 달을 채워야 했던 파면 결정까지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마치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합니다. 어둠에 묻혀 평소엔 잘 보이지 않지만, 여기저기 날카롭게 긁혀 있는 상처와 구멍들이 바로 그 터널 안 곳곳에 새겨졌습니다. 우리가 지나왔던 터널 안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터널 밖인 하늘과 땅에서 안타까운 희생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바다 건너에서는 말과 행동이 예측 불가능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 새 지도자로 선출되었고, 전 세계가 새로 구성된 그 나라 행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노선으로 인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총만 들고 있지 않을 뿐, 전 세계를 향해 전쟁을 선포한 형국입니다.‘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목소리가 커야 하거나, 말이 많아야 하는 게 아닙니다. 혹시라도 주제넘게 잘난 척했다간 천 냥 아니라 만 냥이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정중함과 품위가 묻어나야 하고, 무엇보다 진심이 배어 있어야 합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라고 하며 핑계를 대거나, ‘다른 사람들 다 그렇게 하더라.’ 하면서 합리화 혹은 책임 회피를 시도하는 그 순간부터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맙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터널을 지나오며 감수해야 했던 폭력적인 언어와 후안무치의 억지 주장들을 생각하면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또 다른 터널이었던 군사독재 시대를 뚫고 어떻게 이뤄낸 민주주의 사회인데, 왜곡된 주장을 마구 쏟아내며 서로를 향해 분열을 조장하고 파괴적인 언사로 위협하는 이들의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증오와 적대감에 포로가 된 나머지 배출했던 그들 자신의 언어로 인해 그들 스스로가 쓰레기 더미에 갇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쓰레기는 재활용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일단 한 번 밖으로 표현된 그 말들은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습니다. 자신들이 지닌 민주시민으로서의 품위를 한순간에 포기하는 ‘자폭’이 아닐 수 없습니다. [ K드라마 - 지난달 말 브라질 마라냥주의 한 쇼핑몰에서 천여명의 팬이 모여 ‘폭싹 속았수다’의 마지막회를 함께 감상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드라마로 인기를 끌며 브라질 포르투갈어 더빙판으로 많이 시청됐다. /넷플릭스 ] ‘한 번도 체험 못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체험한 사람은 없다.’라는 유행어처럼, 요즘은 우리나라 문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식, 한복, 한국 음악, 한국 미용 그리고 한국 드라마…. 가치와 판단이 뒤섞이고 성숙한 인격체로서 품위보다는 사실 왜곡과 편향된 이념 논쟁이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휘젓는 그 한편에서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 우리나라 드라마가 있습니다. 공중파에서 방영되지 않아 우리나라 국민이 모두 접할 수는 없었던 게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입니다. 대신,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인터넷만 설치되어 있으면 누구나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남미 어느 나라에서는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수백 명이 함께 모여서 시청하며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너는 다 잘해, 다 잘해…. 아빠 다 알아.’, ‘좋아, 너무 좋아!’ 심지어는 ‘힝~!’까지…. 매편 시대를 관통하는 처절함 속에, 삶에 대한 간절함과 애틋한 가족 사랑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각 배역을 연기한 출연진의 노고에 못지않게 시나리오 극작가의 표현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표현들은 길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고, 짧았지만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공감과 감동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햑 심판 선고가 열리고 있다. / 출처 : 법률저널 ] 헌법 조문의 단어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일을 우리 국민은 10년도 안 돼 두 차례나 이뤄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심지어는 무장된 군인 앞에서까지 우리 국민은 두려워하거나 움츠리지 않았습니다. 독재라는 깊고 어두운 터널을 직접 경험해 봤기에 그 아픔과 한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후손들만큼은 어두운 터널이 아닌 밝고 푸른 세상, 희망으로 가득 찬 살맛 나는 세상에서 살게 하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일순간의 혼란을 뒤로 하고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뒤늦게 알아차린 외국인들은 한때 우리나라의 시위 현장을 관광 코스로 삼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긴 민주주의 역사를 살고 있는 그들조차도 우리 국민이 끝까지 보여준 민주시민으로서의 품위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는 ‘K-민주주의의 수출’까지 농담으로 이야기합니다. 말 그대로 농담으로 끝나면 좋겠습니다. 망상과 독선에 빠진 사람을 한 나라의 지도자로 추대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고 모양 빠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찾은 우리 세상 속에서 큰 숨 들이쉬며 함께 시작합시다. 최근 강제 소환된 노래 제목인 ‘다시 만난 세계’에서 우리 민족이 품고 살아온 멋과 품위를 힘차게 펼쳐 보입시다. 우리나라 문화와 우리나라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갈라놓은 철책을 넘어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지치지 않는 발걸음을 다짐합시다. 서로를 향한 막말과 비난에 갇혀 우리 스스로를 오염시키기보다는, 서로가 함께 간직하며 살아온 역사와 민족 동질성을 잃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 민족의 존재 자체가 다른 민족에게 교과서로 남게 될 것입니다.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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