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지난 부활 대축일 다음날, 즉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하느님의 품 안에 안기셨습니다. 주님의 종으로 살아오신 그분을 떠올리면 세 가지 단어가 떠오릅니다. 겸손과 희망과 평화. [ 레오 14세 교황님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묘소에 방문하셔서 기도하시는 모습 ]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신 교황님이 선택하신 이름은 프란치스코였습니다.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그 이름은 가난과 겸손과 형제애의 모범을 보여주신 성인의 이름이었습니다. 평화의 상징이기도 했던 성인의 삶을 그분은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늘 가난한 이들의 고통 곁에 함께 있고자 하셨습니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라는 단호한 그분의 말씀이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어둠 속에 있는 이 세상에 희망의 빛을 알려주고자 하셨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의 정점이었던 2020년 3월 27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더불어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교황님은 텅 빈 베드로 광장을 홀로 뚜벅뚜벅 걸어 제대에 오르십니다. 대유행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신앙의 빛을 따라가도록 우리에게 특별 강복(urbi et orbi)을 해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생방송을 통해 전해진 이 장면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마음에 따뜻한 희망의 빛이 되어주었습니다. [ 코로나 대유행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전세계 신자들에게 특별강복을 주시기 위해 제대에 오르는 모습 (2020. 03. 27.)] 마지막으로 교황님의 메시지 안에는 언제나 평화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분쟁, 그리고 갈등에 맞서 형제애와 평화를 항상 소중한 가치로 여기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평화이시며, 평화를 바라십니다. 그분을 믿는 사람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전쟁을거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파멸만을 가져올 뿐입니다. 이는 목적지가 없는 길입니다.전쟁은 희망을 소멸시킵니다” (2024년 4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 트위터 말씀) 전쟁에 맞서 평화를 외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특별히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흔쾌히 북한 방문을 자처하시기도 했던 그분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금도 천상에서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또한 이러한 평화의 희망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기를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억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