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전쟁론'이 마키아벨리를 만나면?

김동희(모세)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2지구장 지난달에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정당한 전쟁론’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았다. 주교로서 그의 현실적 고뇌를 엿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이론은 ‘주관적인 동기’와 언제든 자의로 해석될 수 있는 ‘그때그때의 상황’이라는 두 변수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두 가지 약점’을 지닌다고 하겠다. 물론 성인은 그리스도인 병사들에게 큰 제한과 더불어 엄격한 행동 수칙을 부과하였다. 곧 전쟁의 동기는 상대에 대한 보복이나 파멸이 아닌 방어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평화로의 지향이어야 하며, 상대를 제압함에 있어 과도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이론이 완전히 부조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했다면 오랜 세월 교회 안팎에서 영향력을 갖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 이론은 오늘날보다 전쟁의 파괴력이 덜 심했던 시대에는 야만적 행동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상당한 유효성을 지녔을 것이다. 성인은 아마도 그리스도인 모두가 자신처럼 선하고 또 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역사를 보면 권력자들과 전쟁의 폭력에 길들여진 이들은 성인의 생각과는 크게 달랐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에 있는 마키아벨리의 기념비 Grvffindor at wikipedia.com ] 제6장에서 머튼은 근대 정치학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마키아벨리의 유산’을 다룬다. 마키아벨리(1469-1527)로 대변되는 현실 정치 권력자들의 논리와 사고가 ‘정당한 전쟁론’의 그것과는 얼마나 다른지 우리에게 보게 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6장을 읽는 핵심 키워드는 서로 대조되는 두 개의 형용사 ‘현실적인 vs 도덕적인’이다. 『군주론』은 독일의 히틀러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들이 광적으로 좋아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기에 ‘독재자들의 교과서’, ‘냉혹한 현실 정치의 교본’으로 불린다. 르네상스 시대에 힘의 정치판에서 권력을 추구했던 마키아벨리에게 있어 도덕률과 양심 따위는 중요성을 갖지 못했다. 그는 일부 군주들이 엉성하게 전쟁에 임하는 것을 극히 못마땅해하며, 권력을 위한 최고의 수단은 ‘정당한 전쟁’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전쟁’이라 강조하였다. 정당한 전쟁론에서처럼 도덕적 질문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 동시에 현실적으로 의미 없는 일일 뿐이었다. 그에 따르면 군주가 지녀야 할 덕목은 자비나 관용이 아니라 두려움, 잔인함, 냉철함이다. 군주는 “전쟁 외에 다른 어떠한 목표나 잡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 평화를 위해 타협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량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하였다. 그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양심이나 덕성, 약속 등에 매여 얼마나 많은 군주들이 몰락했는지 직시하라면서 편리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것에도 매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관용과 포용은 장기적으로 무질서와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니 당장은 냉정한 것이 결국은 자비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과정이 어떠하든 현실적인 결과가 중요하다는 논리다. 머튼은 이러한 논리가 바로 핵무기 현실론자들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들에 따르면 비타협적인 핵무기 정책만이 평화와 질서를 가져온다. 당장에는 극히 냉혹한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자비롭고 평화로운’ 해결책이라는 논리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것이 히틀러의 정책 기조였다는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그를 억누르기 위해 좋은 의도를 지녔던 독일 바깥의 세계 곧 연합군이 이를 그대로 배워 가져왔다고 통탄한다. 악마와 싸우면서 악마가 되는 우를 범하지 말라 했거늘, 그들 역시 무제한적 파괴와 폭력의 길로 나아갔다는 것이다. 저자는 도덕률과 복음에 따른 그리스도의 사랑 계명이 팽개쳐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개탄한다. 도덕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이들은 스스로 구체적인 사안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들의 행동이 더욱 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이다. 6장의 말미에서 머튼은 『히로시마의 유산』의 저자 에드워드 텔러의 말을 빌려 보복 또는 선제공격 차원에서 대량의 핵무기 사용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이것이 바로 도덕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현실적인 차원의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내적인 악 머튼은 제5장을 마무리하면서 오늘날에는 정당한 전쟁론의 기본 전제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하였는데 이쯤에서 이를 상기하는 것은 매우 유익해 보인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서 존 포드 신부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전투기 조종사가민간인을 직접적으로 죽일 의도가 없는 경우라면 도시 전체를 무차별 폭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반박하였다. 머튼은 이를 이렇게 요약한다. “행위의 본성상 무고한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밖에 없고 그 어떤 ‘순수한 동기’로도 그 행위의 사악한 본질을 바꿀 수 없는 그러한 악행이 분명 존재한다.” 이는 그 행위 자체로 악한 것, 우리 교회가 ‘내적으로 악한 것’이라 불러왔던 것으로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윤리 회칙 『진리의 광채』 80~81항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대규모 무차별적 파괴를 동반하는 현대전에 대해 분명하게 ‘아니오’라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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