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우리 아침 인사말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는 말이 있습니다. 간밤에 별일 없이 평안히 잘 수 있었냐는 물음입니다. 어떤 이유로든지 평화가 깨지면 평온히 잠을 잘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밤잠을 잘 잤다는 것은 삶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대남 방송 스피커 ] 접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밤낮없이 평화가 무참히 깨진 시기를 보내왔습니다. 군 당국의 대북 방송 재개 이후 북한은 알아들을 수도 없는 기괴한 기계음 같은 소음을 밤낮 시도 때도 없이 남쪽으로 송출하곤 했습니다. 이 소음 때문에 접경 지역의 사람들은 잠 못 자는 고통에 시달려 왔습니다. 시와 도의 책임자에게 민원을 넣고 탄원을 하여 몇 차례 회의도 하였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습니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있는 이곳 파주 성동리에서도 이 소음과 경고음은 계속되었습니다. 오두산 전망대 건너편 마을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이 소음은 남북의 적대적 관계를 보여주는 그 예가 되었습니다. 서로를 미워하고 골탕 먹이려는 마음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잠 못 이루는 평화의 부재는 분단이 갖는 또 하나의 부산물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이 소음은 사라졌습니다. 먼저 대통령의 지시로 6월 11일 오후 2시에 남측의 확성기 방송이 중지되었고 그 이후 북쪽도 약속하지 않았음에도 대남 방송을 멈추었습니다. 적대적 행동을 한쪽이 멈추니, 다른 한쪽도 그 쓸데없는 행동을 멈춥니다. 이렇게 평화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어쩌면 너무 쉽게, 또 너무 단순하게 이룰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강화 송해면 초등생이 경인일보에 보내온 그림 손편지 ]( 국감 출석 안미희씨 자녀 딸 아이 꿈이 경찰에서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 남과 북의 평화의 시계는 이제 0(제로)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적대적 관계를 멈추고 다시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남과 북이 대화를 이루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밤 잘 잤냐는 인사 대신 밤새 좋은 꿈을 꾸었느냐는 아침 인사를 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민족으로서의 함께 꾸는 이 꿈이 평화와 통일의 꿈이 되기를 고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