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화의 준비가 되어 있나요?

김지수 아우구스티노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주엽동성당 부주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를 중심으로 살아갑니다.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경험해서 내가 아는 것을 토대로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서 가족에게는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동료들이 나와 협력해 주기를, 신자분들은 내 말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라지요.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다른 이들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내가 소망하고 판단한 대로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나는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을까? 나는 그들과 진정으로 협력하고 있을까? 나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북한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평화? 비핵화? 개방? 이러한 것들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내가 평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막연히 북한에 대해 일방적인 요구와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요? 나는 그대로인데 상대방이 변화하기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북한이 개방하고, 북한이 먼저 대화의 문을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평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여기면서, 마치 나는 절대 선이고 상대방은 절대 악 혹은 무지몽매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됩니다. 군대에서 정훈교육시간에는 화전양면전술에 대해 자주 배웁니다. 북한이 앞으로는 평화를 논의하자면서 뒤로는 간첩을 보내고 무력도발을 하는 등 북한의 평화 이야기는 그저 전술일 뿐이라고, 북한의 남침야욕을 숨기고 있을 뿐이라고 배웠습니다. 북한이 그러했듯 남한도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남모르게 공작원을 파견했습니다.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박수쳤습니다. 이런 태도는 일상에서도 종종 나타납니다. 본당에서 의견이 다른 신자분을 만날 때, 나는 내 방식이 옳다고 확신하며 상대방이 생각을 바꾸기를 기대합니다. 가족과 갈등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합리적이고 정당해 보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얼마 전, 제 20대 시절에 함께 청년 활동을 했던 동생의 집에 집들이를 갔습니다. 혼인성사를 앞둔 신혼부부인데, 같이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티격태격하면서 자신의 방식과 행동들이 옳다고 이야기하며, 배우자가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그러나 이내 상대방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양보를 하고 배려를 하고 있는지도 고백합니다.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의 의견이나 주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해와 배려를 통해 유지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부부의 모습을 통해 남북 관계와 민족 화해를 비추어 봅니다. 남과 북 모두 통일을 원하고, 평화를 원하고,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는 점에서는 같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과 과정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방식만이 옳다고 생각하며, 북한이 우리의 방식을 받아들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마태 7,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정말 평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평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때로는 내가 먼저 양보하고 변화할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내 고집과 편견을 내려놓고, 진정한 만남을 위해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던져봅니다. "만약 내일 당장 통일이 된다면, 나는 북한 사람들을 진정한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그들의 다른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을까?" "그들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런 자문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평화는 상대방의 변화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변화와 준비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도 변화해야 합니다.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진정한 화해를 위해 우리 자신을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민족화해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의 준비입니다.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도와 후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자신이 화해의 마음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오늘도 저는 이렇게 기도드립니다. "주님, 제가 평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제 마음의 편견과 고집을 내려놓고,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언젠가 다가올 화해의 그날을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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