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빈 안드레아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정발산성당 부주임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변화되면서 우리 가까운 주위에 외국인 근로자 가족 혹은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 규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 청소년들을 그저 ‘외국인’, ‘이방인’으로 불리며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현실에 있습니다. 외모 차이가 드러나면 주목받거나 놀림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정발산성당에 부임해 벨라와 노엘이라는 필리핀 청소년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누나인 벨라는 한국말을 아주 조금밖에 못 하는 중학교 소녀였습니다. 그럼에도 매일 청소년 미사와 교리를 배우며 다른 한국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냈습니다. 하지만 동생 노엘은 부모님과 함께 교중미사만 나와 항상 2층 성가대석 옆에서 미사를 드리곤 하였습니다. 1년이 그렇게 지나고 올해 3월 첫영성체 아이들의 모집 시기가 돌아왔고 벨라 동생 노엘이 초등학교 5학년인데 아직 첫영성체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엘을 첫영성체 반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고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고 돌아선 뒤, 현실적인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노엘은 한국말을 거의 못 하는데, 어떻게 교리를 가르쳐야 하는지?” 또 반대로 “봉사자분과 수녀님께 영어로 교리를 부탁드리면 2배의 에너지를 쓰셔야 하는데…” 더군다나 본국에서 세례 증명서 서류를 다 챙기고 한국 교적을 만들어야 하는데 혹시라도 내가 괜히 먼저 말을 걸었던 게 아닌지, 차라리 본국으로 돌아가서 첫영성체를 받도록 권유했어야 한 건 아닌지, 혼자만의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외국인 친구가 아니더라도 한국 어린이 친구들에게도 첫영성체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첫영성체 교리를 받으며 기도문 외우기와 성경 쓰기를 해야 하고, 교리시험을 통과한 다음엔 찰고와 첫영성체 예절 연습을 해야 합니다. 또 첫 고백을 준비하며 첫영성체를 받기 위해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만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동반해 줄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주님의 사랑과 손길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제가 인간적으로 했던 소소한 걱정들은 교리가 시작되고 신기하게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헌신적으로 영어 슬라이드도 함께 만들어 주시는 수고를 기꺼이 해주셨고, 영어를 잘하는 첫 반 아이들이 옆에서 통역을 해주며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부모님께서도 증명서 원본 서류를 한 개씩 다 챙겨주시며 본당의 번거로운 요청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무엇보다 첫영성체 반을 하면서 노엘이 정발산성당 어린이부 주일학교 공동체에 함께 온전히 스며들 수 있었던 것이 주님의 야훼이레 체험이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영성체가 끝나고 노엘과 벨라는 아버지 직장의 계약종료로 현재는 필리핀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문화 가족 혹은 외국인 근로자 가정과 북향민 가정의 아이들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준비는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청소년에 대한 본당 차원의 관심과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회에 청소년들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사실 많은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교회 근처에서 우리가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목자로서 특히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부주임 신부로서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또 동반해 줄 준비를 해 나갈 수 있는 사목자가 될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