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한신대 초빙교수,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바이든 대통령과 자말 카슈끄지. 바이든은 사우디 왕가를 비판하는 글을 쓰다가 살해당한 카슈끄지의 죽음과 관련된 보고서를 공개하며 사우지아라비아에 인권 개선을 촉구했다. 미국의 인권공세와 북한 인권문제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월 출범하자마자 중동의 동맹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에 연루된 인사들을 제재하면서 향후 북한에 대한 인권 공세가 예상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는 북미 수교협상 과정에서 주요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2000년대 초반 프랑스 등 유럽연합의 국가들이 북한과 수교협상을 할 때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의회가 이 문제를 결코 쉽게 처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과 북한 인권결의안 Ⓒ연합뉴스 북한 인권문제의 국제화 인권 문제가 국제관계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을 경험한 국제사회는 인권문제의 중요성을 의식해 유엔 창설 시 유엔헌장에 인권조항을 포함시켰다. 그 후 인권보호를 위한 각종 협약을 제정하고 인권레짐을 구축하였다. 1990년대 초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는 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더 이상 국내문제로서만 취급되어서는 안되며 국제사회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공론이 형성되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주권보다 개인주권이 우선한다며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국경을 넘어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펼치기도 하였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된 것은 1990년대 식량난으로 대규모 탈북자들이 발생하면서부터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주목하게 되었다. 유엔 총회에서는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으며, 국제 민간단체들도 보고서 발간, 캠페인 등을 통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공론화시키고 있다. 2011년 9월에는 국제사면위원회, 휴먼라이트워치, 국제인권연맹 등을 포함한 15개국 40여 개 인권단체들이 모여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를 창립하였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수많은 탈북자들의 교차분석된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2014년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 침해, 차별, 거주 및 이전의 자유 침해, 식량권 및 생명권 침해, 자의적 구금·고문형 집행 및 수용소, 외국으로부터 납치 및 강제 실종 등 6가지로 구분해 심각한 인권침해가 기관과 관리들에 의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는 인권침해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가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 형사처벌하자고 제안하였다. 북한 당국의 반응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미국에 불만을 표출판 노동신문 기사(2018.11.26.) ⓒ노동신문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를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세로 규정하고 있다. 제국주의 세력이 인권을 명분으로 북한 체제를 전복하고 정권을 교체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라와 민족마다 역사, 풍습, 경제, 문화발전의 수준과 생활방식 등 조건이 다른데 특정 국가의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노동신문>은 2018년 11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가 통과되자 “미국의 터무니없는 광대극”이라며, “지금 미국은 우리의 핵문제가 조미 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것처럼 운운하지만 그것이 풀려도 인권문제로 또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북한의 반응에서 특이한 것은 미국을 배후 조종자로 지목하여 비난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엔 등 국제사회 전체를 상대로 대응할 경우 발생할 외교적 고립을 최소화시키고, 향후 유엔을 상대로 한 외교에서 운신의 폭을 남겨두기 위해서일 것이다. 북한 당국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미국이 조종한 모략극이라고 주장하지만, 유엔의 인권결의는 유럽연합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0년대 초반 유럽연합 국가들은 북한과의 수교 교섭 과정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했다가 북한의 반응이 없자 유엔 인권위원회를 거쳐 2005년부터 총회에서 매년 북한의 심각한 인권상황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외교적 대응은 강력 거부와 인권대화 시사, 유화적 제스처와 핵무력 대응 시사 등 강온책이 뒤섞인 채 어수선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비상한 결단 필요홍콩과 신장 지역의 인권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유럽연합-중국의 화상 정상회담 Ⓒ신화통신사(중국) 인권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여받아야 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다. 개인의 자유권을 우선하는 서구의 인권 개념에 이견이 있다 해도 인권보호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화 상대주의를 앞장서 주창했던 중국에서 90년대 중반 보편적 인권 개념이 수용되고 인권 개선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졌던 사례는 곱씹어 볼만하다. 1997년 5월 장쩌민 주석은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인권보호와 촉진은 유엔 헌장의 정신과 원칙, 그리고 인권의 보편성에 기초해야 한다”며 처음으로 보편적 인권 개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해 10월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집단적인 권리와 개인적인 권리,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와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서로 나뉘어질 수 없는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그 후 유엔의 사회권 규약과 자유권 규약에 서명하였으며, 인권 개선을 위한 유럽연합과의 인권대화를 1995년 이후 매년 두 차례씩 진행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인권 개선은 그 자체로도 절대적 가치를 지니지만 미국·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거쳐 국제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만 할 관문이다. 나눔 주제 1. 북한이 국제사회와 인권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지 이야기 나눠 봅시다. 2. 북한과 국제사회간 진지한 인권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 함께 나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