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 파주 임진각에 위치한 망배단의 모습 ) 이곳 파주 접경 지역에는 ‘망배단(이북도민, 유림, 지역 주민 등이 조상이나 국가를 기리며 제사를 지내거나 참배하는 제단(祭壇) 형태의 기념시설)’이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명절 때가 되면 실향민들이 이곳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헤어진 가족들과 부모들을 기억하고 돌아가신 조상들을 기려 차례를 지내러 오기 때문입니다. 잠시 피난 온 분들에게 75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갈 수도 만날 수도 없는 그 애타는 그리움을 눈물로 삼켜야만 했습니다. ( 오두산 통일 전망대 ) 한강과 임진강이 교차하는 이곳 교하에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있습니다. 이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한눈에 반도처럼 보이는 북한의 림한마을을 볼 수 있습니다.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면에 속해있다가 최근에 개성특급시로 편입이 된 곳입니다. 전망대 내부 2층 전시실에는 실향민들의 마음이 담긴 글귀와 사진과 고향집의 약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분들의 기억에는 생생하고 뚜렷합니다. 너무나 정교해서 낯선 사람도 그 약도만 보고 그 집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산가족 1세대는 이제 살아계신 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남쪽에 정착한 우리 북향민도 있습니다. 최근의 통계로 3만 4천여명의 북향민이 이곳에서 거주하고 계십니다. 남쪽으로 내려오게된 그 이유도, 경로도, 또 상황도 각기 다르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며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똑같습니다. 즉 남에 있던 북에 있던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지금은 헤어져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으로 우리는 용기 있게 살고자 합니다. 그래서 명절 때 제일 먼저 헤어진 가족을 생각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차례를 드리고자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분단으로 갈라진 우리의 마음이 용서와 화해, 즉 평화의 마음으로 다시 회복되기를 바래봅니다.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이 마음이 평화의 보름달처럼 꽉 차오르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