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행동 (3)

김동희(모세)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2지구장 3.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양심과 영성 머튼이 이야기하는 ‘평화를 위한 행동’의 세 번째는 ‘그리스도인의 양심과 영성’과 연관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시대의 진정한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신에 관련된 문제다. 적대 세력들일지라도 대화와 상호 협상을 통한 신뢰 회복과 평화 구축이 가능하며, 특별히 그것을 지향할 윤리적 책무가 그리스도인에게 있음에도 그리스도인의 양심이 활력을 잃은 것이 문제였다. 나아가 사회를 쇄신시킬 힘을 지닌 사회적 행동이 필요한데 이는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내적 쇄신으로부터 솟아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머튼이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양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양심’은 무엇이고 또 양심이 어떠한 내적 움직임을 갖는지 먼저 살펴보겠다. 양심은 냉철한 이성의 판단이지 막연한 ‘어진 마음’(良心)이 아니다. 양심은 지금 내가 행할 선과 피할 악을 식별하는 구체적이면서 실천적인 주관적 판단력이다. 우리는 모두 옳고 그른 것들이 있다는 도덕률의 대원칙과, 옳은 일은 행하고 잘못된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 곧 개인적 책임감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 교회는 “양심은 인간의 가장 은밀한 핵심이며 지성소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고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다.”(사목헌장, 16항) 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근본에서는 만인의 양심 판단이 일치하지만, 수많은 구체적 사항에 직면하여 자신의 행동을 정하는 일에 있어서는 사정이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객관적인 윤리적 가치를 찾는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하는 탐구의 과정, “지금 내가 숙고하고 있는 행동은 옳은 것일까 그른 것일까?” 하는 윤리적 추론 또한 양심의 작용이다. 즉 선을 향하는 인간의 기본적 책임감에서부터 자신이 처한 상황 안에서의 구체적인 개별 가치들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성취하려는 끊임없는 반성과 식별, 토론과 분석의 수고로운 과정 전체가 다 양심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양심의 모든 노력이 진리의 과녁에 적중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이견을 양산하기도, 오류에 떨어지기도 한다. 양심은 그 결론과 판단에서 보편적이지 않다. 결코 무류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양심은 채워 넣어야 할 빈 공간을 가지며, 길잡이와 방향타와 같은 수많은 도움을 받으며 자기의 꼴을 형성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머튼은 이 책에서 핵무기, 핵전쟁과 연관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바른 양심을 조화시키려 무던히 노력해 왔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가톨릭 신자라면 자국 정부가 적국에 대항하여 일으키기로 결정한 전쟁과 폭력에 무조건 협력해야 할 양심상의 의무가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아울러 “그 어떤 유보 조건도 붙이지 않은 절대적 비폭력 평화주의에 대해서는 경계한다.”라는 점도 명백히 한다. 불의한 침략자 앞에 무방비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핵전쟁을 위시한 현대전에서 정당한 전쟁을 위한 조건이 실제로는 충족될 수 없을 것이라고 양식 있는 많은 신학자가 가르치고 있듯이 “국제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하고 균형 잡힌 수단으로서의 전쟁 이론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비오 12세)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도록 요청한다. 머튼은 독자들에게 “단순명료하고 이상적인 해결책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빨갱이냐 죽음이냐?’와 같은 냉전에 기반한 논리를 특히 조심하라고 주문한다. 여기에 빠져들면 자비로운 양심은 증오와 의혹 속에서 딱딱하게 굳어지고, 평화와 사랑의 성품이 폭력과 연관된 것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의 비극적이고 악마적인 복합성을 잊어버리고 조바심에 싸여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좋은 목표라는 사실에만 사로잡혀 악을 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견해는 ‘상대적 비폭력 평화주의’이다. 정당한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현대전에서는 정당한 전쟁에 요구되는 전제 조건들 대부분을 위반하게 되어 심각하게 불의한 전쟁으로 전락할 수 있음에 주목하는 것이다. 전쟁을 통제할 수 있는 한도가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지나친 추측에 열중하는 것 역시 도덕적이지 않다. ‘사실에 대한 회의’가 들 때, 우리는 모든 도덕성의 규범에 따라 극히 엄중하고도 안전한 길을 선택해야 하고, 그토록 엄청난 재앙이라면 무조건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공식적 단죄가 없었다는 이유로 교회가 전면 핵전쟁을 용인한다는 식으로 왜곡해서는 안 되며,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써서 핵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진심이라고 밝힌다. 끝으로 머튼은 “객관적 도덕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선을 향한 천성적 사랑이라는 내면의 기반” 곧 인간의 자비와 그리스도의 자애에 뿌리내리고 있는 ‘사랑의 정신에 민감한 양심’이라는 ‘숨겨진 기반’의 회복이 절실함을 호소한다. 그에 따르면 깊은 신앙과 순결한 양심을 기르는 일은 우리 자신과 우리 삶의 온전한 희생적 기반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요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 ♥ 2025년 한 해 동안, 토마스 머튼의 ‘평화론’을 소개해 주신 김동희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 2026년에는 ‘이기헌 주교님과 함께하는 평화 이야기’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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