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달현 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평내 주임 우리 본당에서는 모든 미사의 끝기도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미사 전에는 성월 기도와 그달에 필요한 기도를 바치는 등 매번 바뀌지만 미사 끝기도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언제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고,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이 기도를 바칠 때마다 저는 정말로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시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됩니다. 그렇게 바라게 되는 이유는 새해 들어서면서 들리는 대내외적인 뉴스들은 아직도 세계에 평화가 아직 멀었음을, 여전히 평화의 여정이 멀고 멀었음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여전히 평화가 가장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평화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국내적으로의 평화에 대한 바램입니다. 한반도에는 두 개의 경계선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북위 38도에서 오랫동안 갈라진, 이른바 삼팔선의 경계에서 이루어진 ‘남북 갈등’, 또 다른 하나는 우리 한국 사회 내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현상을 둘러싼 ‘남남 갈등’입니다. 남북 갈등은 점점 더 심화되어 마침내 두 개의 적대적 국가로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남남 갈등은 남한 사회 내부의 이념, 세대, 경제 갈등을 포함하며 그 갈등이 또한 최고조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해 두 가지 갈등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두 가지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여정에 교회가 그리고 신앙인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여정에서 기도는 평화를 위한 선언이 되어야 하고 실천은 신앙의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갈라진 세계에 다가가고, 분열된 사회를 품고, 상처받은 이웃을 위로할 때, 평화는 이 땅에 자리를 잡게 될 것입니다.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로마 12,12)라는 말씀처럼 평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오늘의 실천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현실을 바라보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치와 평화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더 이상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뼈아픈 경계선을 그으며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다리를 놓고 손을 내밀어야 할 시간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평화를 살아내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대로 우리 모두는 평화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평화가 다스리는 세상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분열과 증오를 녹이고, 모든 피조물과 정의로운 관계를 회복하며, 공동선을 향한 대화와 협력을 실천하는 일. 이것이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세상 속에서 수행해야 할 복음적 사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평화를 향한 기도와 행동, 나눔과 연대의 선택들로 하나 되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새롭게 시작되는 병오년 새해 우리 모두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을 결심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이 즉위 미사에서 하신 말씀을 다시 한번 새겨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평화가 다스리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하여, 우리 안에서 함께 그리고 우리 자매인 다른 그리스도 교회들, 다른 종교를 따르는 이들, 하느님을 찾고 있는 사람들, 선의를 지닌 모든 이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국제적으로는 더욱더 평화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고, 이란에서는 많은 이들이 반정부 시위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무력으로 체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힘과 힘이 부딪치며 파열음을 내고 있으며 힘에 의한 해결이 일상화되어 버린 국제질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평화의 도구가 되기 위해 우리는 레오 14세 교황님의 다음의 강론을 가슴에 품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평화를 편안함으로, 선을 평온함으로 대체하는 데 익숙해지게 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당신의 평화, 하느님의 ‘샬롬’이 우리 가운데 임하도록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이 불은 무기의 불도 아니고, 다른 이들을 잿더미로 만드는 언어의 불도 아닙니다. 그런 불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섬기며, 무관심에 돌봄으로, 오만함에 온유함으로 맞서는 사랑의 불입니다. 오해, 조롱, 심지어 박해까지 감수할 수 있지만, 자신 내면에 불꽃을 피우는 것보다 더 큰 평화는 없습니다.” 우리 내면 안에 사랑의 불꽃을 피우며 평화의 도구로 살아가는 새해이기를 바래봅니다. “주님, 저희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