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동파 양수장 앞의 임진강 지류] 파주는 추운 동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겨울이면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옵니다. 지난 1월에도 세 차례나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가장 큰 걱정은 눈을 치우는 일입니다. 오르막 경사로 입구와 미끄러운 성당 앞 계단, 그리고 넓은 주차장에 쌓인 눈을 치우려면, 어떨 때는 하루 종일 치울 때도 있습니다.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하지만 신자들과 순례객들을 위해 눈 치우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선행이요 평화의 길을 닦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함박눈처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참회와 속죄 성당의 눈 내린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마치 흰옷을 입은 양, 햇빛에 비추는 성당의 모습은 평화가 머무는 곳으로 보입니다. 갈등과 분쟁으로 나뉘고 찢어진 우리의 마음도 평화의 함박눈으로 덮여 평화의 광채가 빛나기를 바래봅니다. 추운 겨울에 이곳 파주에서만 또 하나의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인 이곳을 사귈 교(交), 물 하(河)자를 써서 교하(交河)라고 부릅니다. 이 이름이 지금의 신도시 이름에도 붙어있습니다. 이곳은 서해 바다의 영향으로 하루에 두 번 밀물과 썰물이 교차합니다. 바닷물과 담수인 강물이 섞여 지나가는 이곳은 추운 겨울이면 조금씩 얼어붙습니다. 이렇게 수백 차례 반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부빙(浮氷)입니다. 올 1월은 유난히도 추웠습니다.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보름 이상 지속되면서 교하의 주변은 거대한 부빙의 얼음판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꽁꽁 얼어붙은 이 모습이 우리에게 또 다른 놀라움과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쪽 지역은 거대한 얼음판으로 이어져 금방이라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눈과 추위는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에도 똑같이 닥쳐옵니다. 이 추위를 견디어 내어야 봄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남북 관계의 강추위와 부빙도 평화의 바람과 봄기운으로 서서히 녹아내리기를 희망해 봅니다 [부빙 위로 보이는 북한 지역 림한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