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빌딩과 그 도전 과제들 - 정의, 인권, 개발 그리고 연대

박은미 헬레나(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 팍스크리스티코리아 공동대표) 이번 호에서는 『피스빌딩 - 가톨릭 신학, 윤리, 그리고 실천』의 6장인, 노틀담대학 신학과 조교수 토드 휘트모어(Todd D. Whitmore)의 글을 소개한다. 2005년부터 우간다 북부와 남 수단에서 민족지학적 필드워크와 신학적 분석을 결합시켜 진행한 휘트모어 교수는, 사하라 사막 이남(sub-Sahara) 아프리카의 무력 분쟁 상황에서 피스빌더들이 고려해야 할 네 가지 도전 과제를 가톨릭 사회교리와 연관시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긴 논문이라 요지가 나와 있는 도입 부분만 번역하여 싣는다.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평화는 단지 명시적인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정의의 과업이며, 그 결과는 사람 사이의 올바른 관계다. 인권은 이런 올바른 관계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설정한다. 경제 영역에서 관계는 발전을 촉진한다. 이 모든 것은 연대라는 실천으로 입증된 공동선에 대한 헌신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이 글에서는 정의와 인권, 발전(개발) 그리고 연대라는 개념과 관련하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의 가톨릭 피스빌딩이 직면하는 네 가지 도전에 대해 논의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workonthelock 첫 번째 도전은 한편에서는 최소한의 평화를 확보하는 일과 다른 한편에서는 정의를 추구하는 일 사이의 신중한 시간적 관계 또는 순서를 분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하라 이남의 많은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 전쟁의 성격은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사회교리는 평화를 겉으로 드러난 갈등의 부재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고 이해한다. 평화는 경제 발전에 관련된 사람들을 포함하여 단지 정당한 사회관계의 결과이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사회기반시설 부족에 반영되어 있듯이, 장기화된 전쟁은 사회적 관계를 너무 심각하게 파괴하여, 그런 관계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때로는 평화를 명시적인 갈등의 부재로 설정할 필요가 생기는 지경이다. 두 번째 도전은 첫 번째 도전과 연관되는데, 인권에 대한 가톨릭의 이해를 확대하고 뉘앙스를 살릴 필요가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전반적으로 낮은 삶의 질은 이런 도전을 제기한다. 장기화된 전쟁은 중요한 경제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그것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더 악화시킨다. 그 결과, 수많은 갈등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포탄의 파편보다도 기아, 식수의 부족, 예방 가능한 질병 때문에 죽는다. 하지만 가톨릭의 가르침은 직접 살인과 간접 살인 사이의 구분, 또 생명권(the right to life)과 삶의 질(the quality of life) 사이의 차이를 명료하게 따지면서, 전쟁이라는 사회적 붕괴로 인한 죽음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가톨릭의 윤리신학이 훨씬 높은 생활 수준을 지니고, 따라서 한 사람이 자신의 생명권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타당할 수 있는 유럽 사회에 뿌리를 두어 왔기 때문일 수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런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가톨릭 사회교리는 직접/간접 살인, 그리고 삶의 질/생명권 사이의 구분이 그들이 생각해 온 것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도전으로, 식민적 전제 조건이 - 아프리카인들은 원시적이고 후진적이라는 묘사와 함께 - 지속적으로 개발 원조를 형성해 온 방식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단지 과거의 공범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적인 태도와 실천 방식을 조장할 가능성에 대해 다루기 위해, 구조적인 죄에 대한 보다 충분한 개념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많은 내용이 산업적 생산이라는 발전 모델을 전제한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갈등을 겪은 수많은 사회는 대규모 산업 경제가 아니라 소규모 토지소유자가 농업을 영위하고, 이 토지는 개인들이 아니라 오랜 문화적 관습에 따라 일족이 공동으로 소유한다. 대규모 산업적 농업으로 급속한 발전을 강요하는 어떠한 시도도 가톨릭 사회교리가 폭력적인 갈등으로 이끈다고 주장하는 식의 빈부 격차를 만들어낼 것이다. 가톨릭 피스빌딩에 대한 네 번째 도전으로, ‘다른 이를 위한 사람’인 예수 그리스도의 본보기를 바탕으로, 폭력 피해자 곁에 존재하기(presence)와 인간적 연대의 신학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서구의 부재주의(absenteeism) 현상은 이 도전을 강조한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서양인들은 종종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그 지역에 있었다 해도, 갈등이 시작되면 그들은(외교관으로부터 국외거주자인 NGO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떠난다. 우간다 북부의 경우, 서구 국가들은 모두 실질적인 목적 때문에 갈등이 빚어진 초기 19년 동안 갈등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2003년에 유엔 인도주의 사무처장이던 얀 에게랜드(Jan Egeland)는 이를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잊혀지고 무시된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지칭했을 정도였다. 서구 기관의 대표들은 우간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갈등을 종식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싶어 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가톨릭 사회교리의 연대성 개념은 부재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교리가 현장에서 서로 대면하는 것에 더 강조점을 둘 정도로 발전할 때만 가능하다. 그런 발전은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하느님이 우리와 대면하도록 보내신 분인 삼위일체의 두 번째 위격을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하라 아프리카 이남 지역의 폭력적 극단주의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피스빌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RESOLVE Network 2021 결론적으로 필자는 교회 지도자들과 평신도들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현실에 더 가까이 그리고 더 오래 ‘둘러보기를’ 촉구한다. 그렇게 하는 작업은 교리의 수정, 심지어 교리의 발전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작업에 나서지 않는다면 교리의 원동력이 되는 복음(good news)과 사회교리의 관계를 약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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