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해마다 겨울이면 이곳 임진강 변에는 철새들이 찾아옵니다. 두루미, 재두루미, 기러기, 독수리 등등. 시베리아와 몽골의 추운 겨울을 피해 이곳에 온 철새 중에는 귀한 존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입니다. 이러한 철새들은 남과 북의 경계가 없습니다. 70년 넘게 남과 북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평화롭고 자유롭게 남과 북을 오갑니다. 우리도 철새들처럼 자유로이 남과 북을 넘나드는 그 평화의 때를 기다리며 하늘을 나는 겨울 철새들을 바라봅니다. 겨울 철새 중에 가장 긴 날개를 지닌 새는 독수리입니다. 3m 가까이 되는 긴 날개를 휘저으며 높이 나는 독수리를 바라보면 신기하면서도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흔히 우리는 독수리를 용맹의 상징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독수리는 겁이 많아 까치와 까마귀에도 쫓겨 다니는 신세입니다. 독수리는 썩은 고기만을 먹기에 ‘대지의 청소부’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태계의 천적이 사라진 요즘 동물 사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에 추위를 피해 온 독수리들이 먹을 것이 없어 떼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여러 시민단체가 겨울마다 독수리 먹이 주기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 몇몇 시민단체와 연합하여 ‘공릉천 철새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독수리 먹이 주기를 시작했습니다. 12월 초에 시작된 먹이 주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굶주린 독수리들이 많게는 200마리까지 모여들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243-1호이자 환경부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인 독수리. 이 귀한 친구들을 원 없이 보았던 올 한 해입니다. 이제 따듯해지는 봄이 오면 독수리들은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올해 이제는 더 이상 독수리를 볼 수 없지만 또다시 겨울이 오면 더 많은 독수리가 친구들과 함께 평화의 선물을 날개에 싣고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때에는 우리의 세상도 더 평화로워지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