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지난 4월에 두 번째 안중근 평화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수감되고 사형당하셨던 뤼순 감옥이 보수 중이어서, 먼발치에서만 바라보아야만 했던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이라 할 만한 것은 그분이 재판받았던 관동법원에서 그분의 유묵 몇 점을 사왔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진품이 아닌 복사본이기는 했지만, 족자에 담긴 안 의사의 그 혼과 마음이 담겨있기에 마치 진품과도 같이 여겨졌습니다. [2026년 4월 안중근 의사 평화 순례 중 중국 관동법원에서 마주한 안중근 의사의 유묵] 귀국하고 나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작품을 하나씩 살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 전 2월과 3월, 두 달에 쓴 유묵 작품은 200여 점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중 59점이 진품으로 확인되었고 그 가운데에서도 26점은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보물의 가치를 뛰어넘습니다. 그것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평화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사에 나오는 좋은 내용뿐 아니라 그 유묵 안에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켜오고자 했던 평화의 외침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많은 유묵 중에서 제 마음에 깊이 다가온 유묵 작품이 있습니다. 東洋大勢思杳玄 有志男兒豈安眠 和局未成猶慷慨 政略不改眞可憐(동양대세사묘현 유지남아기안면 화국미성유강개 정략불개진가련):동양대세 생각하매 아득하고 어둡거니/ 뜻 있는 사나이 편한 잠을 어이 자리/평화시국 못 이룸이 이리도 슬픈지고/ 침략전쟁을 고치지 않으니 참 가엾도다. 안 의사의 삶을 가장 잘 요약해 주는 내용입니다. 거사 직전 지었던 장부가(丈夫歌)의 내용과도 유사합니다. 동양 평화를 위한 그의 간절한 마음이 한 구절 한 구절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침략 전쟁에 맞서 온몸으로 평화를 외치고 있는 그의 절규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 마음에 메아리칩니다.그분의 유해는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찾을 수 없지만 그분의 단지서명이 확연히 남겨진 이 유묵들은 오늘도 우리에게 평화를 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