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하 바오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일산성당 부주임 우리는 부활 시기를 지내며 미사 안에서 선포되는 사도행전 말씀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그 말씀들을 듣다 보면 한 가지 인상이 마음에 남습니다. 제자들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보았던 제자들은 두려움 속에 문을 잠그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지키기에 급급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도행전 안에서 만나는 제자들의 모습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들은 더 이상 숨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 한가운데로 나아갑니다. 담대하게 말하고, 기꺼이 증언하며, 때로는 박해를 받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변화시켰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도행전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전해줍니다. “그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4) 그리고 성령을 체험한 이후, 그들의 삶은 공동체 안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믿는 이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재산을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였다.”(사도 4,32) 또한, “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이 말씀들을 묵상하다 보면 초기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어떤 ‘삶의 방식’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 공동체는 완벽해서 평화로웠던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 안에서 평화를 살아가기 시작한 공동체였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평화가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우리 가운데 찾아오시는 주님의 현존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사도행전 안에서 드러나는 제자들의 모습은 그 평화가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삶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서로를 자신의 일부처럼 여기며, 함께 나누고, 함께 머무는 삶. 그 모습 안에서 평화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계를 살리는 힘으로 드러납니다. 서로를 향한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내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며, 상처와 다름을 품어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복음이 말하는 평화를 공동체 안에서 살아내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우리의 현실은 초기 교회 공동체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쉽게 판단하고, 조금만 불편해도 거리를 두며, 나의 기준과 나의 방식 안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 할 때가 많습니다. 공동체 안에서도 관계가 깊어지기보다 오히려 조심스러워지고, 때로는 서로를 피하게 되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도행전의 초기 교회의 모습이 우리로부터 더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씀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완벽한 공동체를 만들라는 요구가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그 방향으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이끄시는 주님의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개인의 기도뿐만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서로의 삶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나의 것을 조금 내려놓고 함께 나누려는 작은 선택들과 시도들.그러한 마음들이 모인다면, 본당 공동체 안에 예수님의 평화가 만개(滿開)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야 할 평화는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이 공동체 안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특별한 결심이 아니라, 서로를 다시 바라보는 작은 시선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사도행전은 그 모습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사도 2,46-47) 우리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서도 그와 같은 평화를 향해 함께 걸어가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