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백번을 가야 두 번을 볼 수 있다는 백두산! 30년 전 사제서품을 받은 직후 동창신부들과 함께 처음으로 오른 백두산, 긴 시간을 짚차를 타고 정상에 올랐지만 구름과 안개로 천지는 구경도 못 하고 아쉽게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작년에 백두산 평화순례로 천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만 악천 후로 백두산 근처에도 못 가고 일정을 변경해야만 했습니다. 삼수를 하는 마음으로 올해 8월 말 세 번째로 백두산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꼭 보리라는 굳은 결심으로 북파와 서파 코스를 모두 계획했습니다. 날씨가 아무리 안 좋아도 하루는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백두산 오르는 이틀 동안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가파른 산을 지그재그로 어지럽게 올라 북파의 능선에 다다르니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천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보는 이들 마다 자연스레 탄성을 터뜨립니다. 와! 와아~! 하늘 위의 호수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평화의 모습을 닮은 천지가 꽉 찬 느낌이었습니다. 첫날 이미 북파의 천지를 보았기에 둘째 날 서파에 오를 때는 덤으로 받는 보너스처럼 설렘보다는 덤덤한 마음으로 계단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천국의 계단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의 행렬과 그 위를 숨차게 걸어가는 행렬이 또 다른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천지까지 이어지는 1,442개의 계단! 결코 건너뛰어 갈 수 없는 그 계단을 걸으며 아무리 급해도 한 계단 한 계단 꾸준히 걸어야 하는 평화의 길을 이곳에서 배웁니다. 서파에서 바라본 천지의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하늘이 아닌 평지에서 천지를 바라보는 그 풍경은 우리가 멋진 백두산 천지 사진에서 바라보았던 그 풍경과 유사했습니다. 평화로운 천지를 보고도 마음 한구석에는 편치 못한 섭섭함이 자리했습니다. 북한 지역을 통해서는 백두산에 오를 수 없는 남북 관계의 처지와 적대적인 국가로 점점 더 멀어져가는 남북의 현 상황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듭니다. 또한 천지를 바라보며 평화를 목 놓아 소리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도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또 다른 방향에서, 즉 북한 지역의 동파에서 천지를 바라볼 날을 꿈꿔봅니다. 10여 년 전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천지의 물에 함께 손을 담갔던 그날이 다시 찾아오기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