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영성체 교리를 하며 떠오른 생각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대화동성당협력사목 지금 있는 대화동성당에는 주일학교가 없습니다. 성당 가까이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지역에 아이들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찾아보면 아이들이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고, 성당에도 몇 명 되지 않지만 보호자와 함께 미사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작년에 협력 사제로 오면서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첫영성체입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분명히 첫영성체를 해야 할 어린이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교적에서 대상자를 찾아보았습니다. 십여 명의 아이들이 나왔습니다. 보호자들에게 연락하고 아이들을 만나고 교리를 준비했습니다. 교사도 없기에 직접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맞이하고, 준비한 교리를 진행하고, 간식도 주고, 기도문을 외운 것도 확인해야 했습니다. 보호자들과 전화와 문자로 수시로 소통하는 일도 맡아야 했습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배워 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교육을 받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들을 다루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누군가 던진 한마디에 까르르거리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대화가 튀기 시작하면, 되잡아 오는 데 한참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조금씩 신앙에 대해 배우며, 기도하자고 하면 손을 모으고, 자신의 입으로 ‘예수님’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내고, 첫영성체에 대한 기대를 드러낼 때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3개월여의 시간이 지나, 아이들은 첫영성체를 했습니다. 작년인 2025년에는 8명이, 올해는 6명이 첫영성체를 했습니다. 그중 몇 명은 복사단에 가입도 했습니다. 그래서 2명이던 어린이·청소년 복사단이 지금은 5명이 되었습니다! 첫영성체 교리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하는 방식도, 말하는 법도, 사람을 대하는 예법도 저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옛 선교사들이 떠올랐습니다. 문화와 언어가 완전히 다른 곳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빵과 치즈를 먹던 이들이 밥과 된장국을 받았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한여름의 복더위와 동짓달의 매서운 칼바람을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요? 그들은 그 모든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 내고 이 땅에서 살아갔을까요? 여기서 ‘주님께 대한 깊은 사랑과 복음을 전하겠다는 열정이 그 바탕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나는 첫영성체 교리를 진행하며 어떤 마음으로 했는가?’, ‘나는 과연 첫영성체를 준비하던 아이들에게 주님께 대한 사랑을 가르쳐 주었는가?’, 나아가 ‘나는 교우들을 만나고 대할 때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가?’, ‘내가 드러내는 열정은 어느 방향인가?’라는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다가왔습니다. 아직 대답은 모호합니다. 정답은 있습니다. 저 선교사들이 지녔던 마음, 그것입니다. 하지만 제 안에서 나오는 답은 ‘아직 그 말이 내 것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단지 의무감에서 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의혹이 선뜻 제 답도 저 앞의 답과 같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 질문은 그 범위를 확장해서 다른 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준비할 때, 주일학교든, 총구역이든, 본당 전체든,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 ‘이 과정과 결과가 주님께 대한 사랑을 드러내고 복음을 전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가?’, ‘우리 자신이 이 일을 통해 주님을 더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화될 것인가?’, ‘우리 곁에 있는 이들에게 복음이 더 선명하게, 더 깊이 있게 전해질 것인가?’ 등의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또 다른 방향에서도 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나중에 길이 열려 북한 지역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들어갈 수 있게 된다면, 오랜 분단으로 문화와 언어가 조금씩 다르게 성장해 온 그곳에서 활동할 때, ‘그때 우리는 어떤 마음과 어떤 자세로 가야 할까?’ 앞으로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질문입니다.

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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