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희(베드로) 신부천주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겸 민족화해센터장 올해 세 번째로 진행되는 종교인들과 함께하는 생명평화순례를 다녀왔습니다. 22일의 여정 중에 일주일을 함께 했습니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부터 양구 두타연 계곡까지 140킬로미터의 길을 걸었습니다. 출발 장소는 금강산 자락의 끝인 해금강이 바라보이는 통일전망대였습니다. 금방이라도 해변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지척에서 금강산을 바라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가까이 여겨졌습니다. 우리의 이 순례가 서쪽 지역으로 향하는 파주가 아니라 금강산을 지나 북쪽으로 이어지는 원산이나 함흥이었으면 좋았으리라는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여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고성에 있는 사찰 건봉사에서 하룻밤을 머문 일입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이 건봉사가 금강산 자락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명칭도 ‘금강산 건봉사’라 불립니다. 함께 동행한 스님의 말대로라면 오래전에 남쪽에서 금강산에 가려면 이 길을 통과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리운 금강산’이라는 노래처럼 금강산은 북한 지역에 있는 산으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내금강으로 들어가는 그 길목에 있는 남쪽 지역도 사실상 금강산에 속해 있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민통선에 속해 있어 잃어버렸던 우리의 금강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순례는 금강산으로 가는 길과 연결된 몇 코스를 따라 걷기도 했습니다. 두타연 계곡으로 이어지는 금강산으로 가는 길! 지금은 군부대 보급로로 쓰이는 이 길이 예전에는 금강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고 합니다. 이 가장 빠른 길을 건너지 못하고 우리 순례의 길은 통제선을 따라 밑으로 밑으로 돌아 돌아 금강산으로 가는 길에서 멀어져만 갔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바쳤던 평화의 기도는 우리의 이 길이 불가능의 길이 아닌 희망의 길임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이번 순례를 통해 저는 금강산이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 미래의 희망을 이루기 위해 저는 지금 한발 또 한발이 평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