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 프란치스코(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첫 번째 지도바다로 나오기 위해 필사적인 중국 이 첫 번째 지도를 한 번 보세요. 오른쪽 큰 원 안쪽이 태평양입니다. 태평양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호수(lake)’로 불려왔습니다. 미국은 알래스카 서쪽 알류산 열도에서 시작해 일본, 우리나라, 대만, 오키나와 필리핀 호주로 이어지는 바다를 자국의 방어선으로 간주해왔습니다. 미국은 이 축선에 있는 나라들과 일일이 동맹 관계를 맺고 이 나라들이 공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이 지도를 중국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 동쪽 해안을 긴 줄로 틀어막은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이 봉쇄 때문에 중국 해군은 태평양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나갈 순 있지만 미 해군과 동맹국 해군들의 삼엄한 감시와 도발을 각오해야 합니다. 중국으로서는 바다가 있어도 있는 게 아닌 셈이지요. 이 때문에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 바다로 나가기 위해 골몰해왔습니다. 지금 중국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방법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대만을 중국에 합병해 오키나와와 필리핀 사이를 뚫고 태평양으로 나가는 방법입니다. 둘째, 베트남이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인 남중국해를 거쳐 미·중 모두에 상대적 거리를 유지하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협조를 얻어 인도양과 태평양으로 나가는 방법입니다. 셋째, 미얀마의 협조를 얻어 인도양 동쪽(인도와 태국, 미얀마 중간)으로 나가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미얀마 서쪽 항구들을 빌려야 합니다. 넷째, 중앙아시아를 거쳐 이란을 통해 인도양 서쪽(호르무즈 해협)으로 나가는 방법입니다. 지금은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검토해볼 만한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항로가 열리면 북한 또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태평양 서북쪽이나 북극해로 나가는 방법입니다. * 이런 방식을 조차(租借), 그렇게 얻어 쓰는 항구를 조차항이라 합니다. 이 가운데 첫째 방법은 미국이 대만을 놓아줄 생각이 없고 대만도 중국에 합병되는 것을 싫어해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순간 세계 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으니 미국과 중국 모두 모험할 생각이 없기도 하지요. 둘째 방법은 지금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주변국들 간 끊임없이 일어나는 해양 갈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주변국들이 중국을 신뢰하지 않아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미국도 이 지역이 중국에 뚫리지 않도록 필리핀과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셋째 방법은 현재 여건상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넷째 방법은 가능하지만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럼 감이 오시지요? 중국은 이 가운데 미얀마를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방법을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들로 둘러싸인 동남아시아를 지나는 기존 항로를 거칠 필요가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를 미얀마를 가로질러 수송할 수 있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로 가는 수출 상품도 육로로 실어 나른 뒤 항구에서 환적 할 수 있습니다. 중국 해군도 인도양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인도와 중국의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만 두 나라가 협력하면 중국, 동남아, 인도를 포괄하는 경제권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 지역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고, 인구도 많아 장차 세계 경제를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 바다로 나오는 중국을 막으려는 미국 중국의 이러한 의도를 잘 아는 미국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중국의 힘을 빼고 싶어 합니다. 더 힘이 커지기 전에 현재 수준으로 억제하거나 지금보다 힘을 더 빼 아예 도전을 못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중국이 이러한 의도로 추진하는 일대일로(one bely one road) 전략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려 시도 중입니다. 두 번째 지도 두 번째 지도에서 검은 선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통로들을 가리킵니다. 밑에 파란 선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를 차단하는 봉쇄선입니다. 중국의 일대일로를 가리키는 검정선 중에 맨 오른쪽 수직으로 내려오는 선을 주의해서 보십시오. 이 선이 저는 지금 미얀마 사태를 이해하는 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잘 보시면 이 선이 미얀마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얀마에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중국은 어떤 정부든 자신의 이해만 관철할 수 있으면 지지해왔습니다. 반면 미국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추구합니다. 민주화가 되면 미얀마를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동맹에 참여시킬 수 있어서지요. 이 지역에서 태국과 함께 미얀마가 미국 편이 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미얀마 군부는 권위주의적이어서 미국과 잘 맞지 않습니다. 미얀마 군부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미국이 달갑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오히려 군부를 적극 지원합니다. 더 친화성이 있으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졸지에 미얀마는 우리나라처럼 미·중 대결의 완충지대가 돼버렸습니다. 미얀마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쿼드에 참여를 요구받는 우리나라 미국은 과거 파란색 선이 지나는 지역을 혼자 힘으로 지켜 왔습니다.(두 번째 지도 참조) 알다시피 이 선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선이 지나는 항로로 전 세계 물동량의 40%가 지납니다. 그런데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 보니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까지 영향을 확대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힘이 필요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게 미군 주둔비용 인상 외에 이런 전략에도 참여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먼저 나섰고, 호주는 중국이 인도양, 태평양 어디로든 나오면 가장 먼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미국 편에 섰습니다. 인도는 관망 중입니다. 경제적으로는 함께 해도 군사적으로 함께 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대신 영국과 프랑스가 이 해역에 항공모함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자신들의 영향권이었던 인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힘을 뻗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지요. 물론 성장 가능성이 낮은 유럽보다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이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적 필요도 있습니다. 세 번째 지도 세 번째 지도에 표시된 4각형을 쿼드(Quad)라 합니다. 이 사각형이 태평양과 인도양을 아우르고 있지요? 장차 미국의 이 쿼드와 중국의 일대일로 간 격전이 두 바다에서 치열하게 벌어질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대결의 일차 현장은 인도양이 될 것 같습니다. 나눔 주제1. 여러분은 미·중 대결이 미얀마 사태 해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보시나요? 어떤 이유로 그렇게 보시는지 각자의 생각을 나눠 보세요. 2.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의 일환인 쿼드에 우리나라도 참여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각자의 생각을 나눠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