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한신대 초빙교수,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G7외교장관 회의(2021.05.03.)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 런던 교도=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해 “북한의 핵 · 미사일 프로그램과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할 생각”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주민들이 삶 개선을 목표로 압박과 외교적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 · 인권문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소위 병진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일견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 핵 · 인권문제 병진 전략의 문제 미국 외교는 인권 중시의 전통을 갖고 있다. 기독교 정신과 자유주의가 국가 이념인 미국 외교에서는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이 흔히 나타난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인권이라는 대의는 미국 외교정책의 핵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미국 그 자체를 이해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외교정책을 그러한 이상 추구에 두었다는 점에서 미국은 유일무이한 국가이다”라며 자부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 패권국가로서 실제 자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했지 인권 · 민주주의 등 가치를 추구한 적이 없다. 이는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실에서의 국제정치 세계가 각국들의 국익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각축장이기 때문이다. 인권을 유달리 강조했던 카터 행정부도 실제로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선택적으로 인권외교를 구사했던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접근하는 데 있어서도 북한인권법 등을 통해 강압적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4년 상·하원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은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신장을 위해 라디오 방송 및 라디오 보급 추진 △북한의 인권·민주주의 프로그램 후원 △탈북자 및 탈북자 지원단체 후원 △궁핍 상태에 있는 북한 주민들을 북한 내·외부에서 지원 △북한특사 임명 등을 담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미국이 인권문제를 고리로 과거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했던 것처럼 방송을 통한 정보 유입 등으로 북한체제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미국이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김정은 정권과 북한주민을 분리하는 전략을 추진한다고 보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외교의 가치와 국익을 한꺼번에 취하려는 방식에 대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없으니 국익을 선택하라”고 충언한 바 있다. 가치와 국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외교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추진하는 가치 외교가 일견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북핵 문제 등 급박한 현안을 푸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인권을 자유권으로 보는 협소한 인식의 문제점 미국은 인권을 자유권으로 등치시키고 있다. 양심의 자유 · 사상의 자유 · 정치적 기본권 · 언론 출판의 자유 · 집회결사의 자유 등 자유권이 인권의 전부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협소한 시각이다. 인권의 역사가 시대변화에 따라 사회권·평화권·발전권·정보권 등으로 인권 개념이 확장되었던 역사라는 점을 도외시한 인식이다. 법적 구속력을 갖고 보편적 국제인권법으로 발전한 <국제인권규약>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A규약, 사회권)’과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B규약, 자유권)’의 두 기둥으로 되어 있다. 또한 유엔은 1984년에 평화권을 선언했는데, 이는 전쟁이 없는 삶이 인간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일시적인 선결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1993년 채택된 비엔나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권은 보편적이고, 불가분적이고, 상호 의존적이고, 상호 연관되어 있다”고 못 박았다. 자유권 · 사회권 · 평화권 · 발전권 등 인권의 여러 내용 가운데 하나만을 부각시키는 주장은 결코 인권의 실질적 보호와 신장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북한의 인권문제를 자유권 일변도로 파악해 접근하는 미국의 방식은 자유권·사회권·평화권·발전권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며 민주주의 · 지역 안정 및 평화 등과 연관시키고 있는 유럽연합의 방식과도 크게 대비된다. 유럽연합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과 대화, 외교적 압력 등의 수단을 균형있게 활용하고 있다. 세계인권회의 (오스트리아 비엔나, 1993년) 미국은 포괄적 시각에서 접근해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미국의 진정성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할 때는 사회권 중 핵심인 생존권을 우선시해 식량 지원 등 인도적 지원에 치중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이 시급할 때는 평화권을 우선시해야 한다. 물론 모든 단계에서 자유권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북한으로 하여금 진일보한 조치를 추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미국의 현실적 국익과 이상적 가치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나눔 주제 1.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전단 금지법과 북한 인권에 관해 이야기해 봅시다. 2. 가톨릭교회에서 가르치는 인권과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