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피스빌딩에서의 의식의 역동성(Dynamics of Ritual)

박은미 헬레나(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 팍스크리스티코리아 공동대표) 이번 호에서는 『피스빌딩 - 가톨릭 신학, 윤리, 그리고 실천』의 8장인, 시카고에 있는 가톨릭 유니온신학대학 교수 로버트 슈라이터(ROBERT J. SCHREITER)의 글을 소개합니다.. 슈라이터 교수는 미국 선교학협회와 미국 가톨릭 신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긴 논문 가운데, 가톨릭 피스빌딩과 의식(Ritual)이 얼마나 긴밀한 관계에 있는지를 연구한 부분만 싣습니다. 의식(Ritual)은 정형화된 행동으로 수행적인(performative) 가치를 가지며, 한 집단의 사회적 상상을 응집시키고 재확인하는 힘을 제공한다. 의식의 역동성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특히 피스빌딩 과정과 연관된 몇 가지 특징, 즉 표현할 수 없는 것에 표현력을 부여하는 의식, 구체화와 참여로서의 의식, 의식과 시간의 관계, 그리고 의식과 가톨릭적 상상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표현할 수 없는 것에 표현력을 부여하는 의식 의식 행위는 한 공동체가 감정이나 사고를 완전히 압도당하는 상황에 직면해서, 그 감정과 사고에 보다 이성적이고 순차적인 형태의 표현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때, 특히 중요해진다. 대규모 인명 손실, 엄청난 파괴, 자연 재앙의 결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표현하려 든다. 국가적인 장례 의식, 피해자들을 시신이 대량 매장된 묘지(mass graves)로부터 이장(移葬)하기, 그리고 죽은 사람을 위한 기념비 봉헌 (그리고 해마다 거행하는 기념식), 이 세 가지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하는 대표적인 의식이다. 무엇을 하느냐 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 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 같다. 국립5.18민주묘지 Ⓒ 위키백과 피스빌딩은 특히 갈등 이후 상황을 재건하려 할 때, 종종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다뤄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손실을 개탄하고 애도하는 표현 방법을 찾는 일은 어떤 의미의 안정성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망자들을 위한 기념비를 건립하고 국가적인 애도의 날을 선포하는 일은 소용돌이치는 불안정한 감정에 불변의 안정성을 가져오기 위해 마련된다. 공동체 모두가 침묵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일 또한 표현하기 힘든 것에 표현력을 부여하는 또 다른 의식이다.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지닌 참가자들이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게 막는 방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침묵은 일어난 일과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어떤 말로도 전달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구체화와 참여로서의 의식 피스빌딩을 위해 마련되는 사회적 행사들은 (작게는 장례식에서, 크게는 사람들로 가득 찬 경기장 모임에 이르기까지) 참여(participation)가 새로운 현실을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지도자들이 평화 협정에 서명하거나 서로 포옹하는 장면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더 위대한 어떤 것의 일부라는 느낌을 불러온다. 그런 만남을 좌우하는 규칙은 연대와 새로운 형태 의 사회적 결속을 만들어 내는 의식적 장치의 한 부분이다. 의식과 시간 의식의 가장 매혹적인 측면 중 하나는 우리를 특정 시간 뒤나 앞으로 이동하게 하는, 심지어 시간을 뛰어넘게 하는 능력이다. 기념일 축하식 또는 국가 건립 기념행사는 우리를 과거 순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거행된다. 유다인의 과월절, 미국의 추수감사절, 그리고 결혼기념일 지키기 등은 모두 의식을 통해 우리를 미르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가 인 일로 템포레(in illo tempore) 즉 과거의 ‘그 때’라 불린 시간으로 데려가는데, ‘그 때’는 단지 지나가 버린 순간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에너지와 능력의 원천인 신화적 근원지임을 상기시킨다. 사망한 사람을 기리는 의식적인 기념식은 우리에게 시간을 초월하여 우리 곁을 떠난 이들과 교감하는 순간을 제공한다. 기념비나 다른 영구적인 기념물을 설치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죽은 이의 현존을 잊혀지지 않을 사람으로 자리 잡게 한다. 제주4.3 희생자 추념일 Ⓒ 2013년 제65주기 4.3위령제 자료사진 의식과 가톨릭적 상상 가톨릭 실천에는 의식 행동이 속속들이 스며들어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모든 형태의 종교적 믿음은 의식 관행(ritual practices)을 갖고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일련의 의식(a repertoire of rituals)을 갖고 있는데, 너무나 많아서 가톨릭 신자로 지낸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의식 관행으로 특징지어질 정도다.축복을 예로 들어 보면, 사물에 대한 축복에서부터 사람에 대한 축복까지 다양하다. 이 모든 행위에서, 축복은 - 하느님의 현존과 은총을 축복받을 대상과 사람에게 불러일으켜 - 사물과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축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초월적인 영역과 연결되어 있으며, 보호와 안전을 얻기 위해서든, 특별한 은총을 구하기 위해서든, 위로와 위안을 추구하기 위해서든, 당면한 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호의를 청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축복의 핵심적인 특징은 효과적인 결과를 낳는 의식 관행이 시간이 지나도 상당히 안정되고 균일하다는 점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이런 균일성을 유지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면, 강압적인 통제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안정성은 이 관행의 초월적인 토대이며, 그런 안정성은 변화무쌍한 시간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신념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안정성과 균일성은 이런 의식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정체성과 소속감을 만들어 낸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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