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사고로부터 멀어지기

황소희 안젤라(연세대 정치학 박사수료) 어버이 수령과 어머니 당 북한의 문헌을 읽다보면 북한의 지도자와 집권 정당, 주민을 가족으로 표현하는 문구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어버이 수령, 아버지와 같은 지도자, 어머니와 같은 북한의 당, 자식과 같은 주민. 가족의 개념으로 묶인 북한의 지도자와 정치체제, 주민의 관계는 분단 이래 북한 체제가 유지되도록 뒷받침해 온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아무리 선전선동으로 북한 주민에게 어버이 수령, 어머니 당을 이식시키려고 해도 이에 대한 반감이 북한 주민에게 존재한다면, 이런 주입식 의식화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북한에서 가족의 개념은 6.25 전쟁 이후 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 되었다. 전쟁으로 북한 지역의 모든 인프라가 파괴되고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넘쳐 나던 시기, 당시 북한의 지도자였던 주석 김일성은 이들의 아버지를 자임하며 이들을 위해 당국 차원의 보육기관을 설립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였다. 특히 이중 만경대혁명학원과 같은 기관은 전쟁에서 공로를 세우고 전사한 이들의 유자녀들을 책임지던 기관으로 현재까지도 북한 엘리트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만경대혁명학원의 50년대 모습 ⓒ한국학중연구원 어머니 당은 어머니의 품처럼 인민을 보살피는 당을 표방하는데,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여성과 가정의 혁명화를 위한 조치다. 동네마다 밥공장을 지어 북한 주민에게 당 차원에서 식사를 제공하거나, 탁아소와 같은 보육시설에서 영아를 돌보는 일 등은 가정에서 모성의 역할을 줄이는 대신 여성을 경제 활동에 투입하게 한다. 이러한 정책은 북한의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정의 영역까지 당의 돌봄을 강조하기 위한 사례일 것이다. 정책의 목적은 체제 유지 굳이 북한이 어버이라는 개념으로 북한의 사회복지정책을 입안, 실행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은 이런 구호와 정책이 전쟁 이래 북한의 체제를 유지시키는 데 매우 강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가족의 개념은 북한 지도자와 정권, 그리고 주민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개개인의 충성도를 높인 정책이지만, 국가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북한 주민의 체제이탈률을 낮추기 위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흔으로 남한과 북한 모두 재건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던 시기, 양자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체제를 정비하였다. 북한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권과 체제가 큰 손이 되어 가정의 영역까지 정책적으로 관여하였다면 남한은 관치라는 방법으로 정부가 국가경제개발 전반에 계획을 세우고 관여하긴 하였으나,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에 한해서는 시장과 개인에게 역할을 맡기는 선택을 하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당시 한국 정부는 ‘아동 수출’이라고도 폄하될 만큼 대규모 해외 입양을 통해 당시 국가가 보살펴야 했던 전쟁 고아 문제를 처리하여 복지 비용을 대폭 줄였으며, 여성에게 가사 노동 전반을 일임하였다. 행여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게 될 경우에는 집안 내 아동에 대한 보육은 이른바 ‘친정 찬스’나 지인에게 맡기는 방법 등 개인적으로 해결했다. 국가가 무언가 나서서 개인의 영역에 관여하는 것은 공산주의적 발상이라 여겨진 이유로 개인의 문제는 개인이 비용을 물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것이다. 이념적 사고의 종언 실제 한국 사회에서 공산주의적인 발상이라는 프레임 안에 여러 국가정책이 논쟁거리가 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최근 사례로 기본소득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논쟁이 대표적일 것이며, 지금은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무상급식도 실행 여부를 놓고 논쟁이 많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과거 우리 사회가 ‘빨갱이스럽다’고 여겼던 정책 혹은 발상들이 현대에 들어서는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현안이 되었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아이들 예컨대 현재 한국의 ‘워킹맘’에게 가장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정부가 제공하는 질 좋은 국공립 어린이집이다. 동네 국공립 어린이집 아이를 등록시키기 위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예약할 정도다. 일하는 엄마들이 북한의 탁아소와 같은 집단 보육 시스템의 확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엄마들의 불안은 낮은 출산율로 이어진다. 정부 역시 갈수록 떨어지는 출산율을 제고시키기 위해 국공립 보육기관을 늘리거나, 여의치 않은 지역에서는 민영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과 관여로 준 공공기관과 같이 활용하는 중이다. 이미 남한에서는 국가 정책이 복지 지출을 늘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이 진행되고 있으며, 국가 경제가 꾸준히 성장한다 해도 전체 파이가 균질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가계 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어떤 정치인이 지도자가 된다 해도 정도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복지 지출의 확대와 정부가 개인의 영역에 관여하는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을 의미한다. 과거 한국 사회가 비판하고 이념적으로 적대시한 북한의 복지 정책을 조금씩 답습해 간다는 것은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미 한국이라는 국가의 체질이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유연한 정책 기조를 세워야 할 시점을 한참 넘어섰고, 사회주의적 발상, 공산주의적 발상,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발상이라는 것이 통용되기 어려운 시대에 서 있다는 점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북한 역시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고 비판하는 시장이 이제 일상 영역에서 자리잡았다는 것일 테다. 이미 남북 두 체제 모두 기존의 이념적 정책 기조에 몰두한 체제경쟁 방법으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그토록 상호 비판하고 적대시하던 상대방의 정책을 받아들여야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한국 정부는 막을 수 있고,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위기로 낙후된 경제를 북한 정권은 발전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에게 보다 더 유연한 사고로 남북관계와 현재 한국 사회에 필요한 정책기조가 무엇인지 고민해 볼 것을 제시한다. 이념적 사고와 논쟁이 있어야 할 자리는 더 이상 한반도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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