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 프란치스코(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현상유지를 위한 미국의 방어 전략 [지도 1] 미국의 대중국 봉쇄 호(弧) [지도 1]에는 현재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들이 진한 초록색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일본, 대만, 호주, 필리핀, 싱가폴, 태국, 아프가니스탄입니다. 호주 서쪽 옆에 있는 섬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데 이곳은 본래 영국령인 환초(環礁)섬 디에고 가르시아입니다. 이 섬엔 공군 비행장과 해군항이 있습니다. 미국의 관심이 인도양으로까지 넓어지면서 중요한 군사 거점이 되고 있는 곳입니다. 연보라색으로 칠해진 나라는 중국과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나라들인데 미얀마, 라오스 두 나라입니다. 연보라색과 연초록색이 같이 칠해져 있는 나라들은 중국, 미국과 동시에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나라들인데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등 네 나라입니다. 지도 중간에 그려진 연초록색 반원 모양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그려놓은 선입니다. 물론 이 선이 실제로 존재하진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해상 군사분계선 같은 개념이지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당시에는 인도양에 관심이 적었습니다. 인도 - 차이나 반도가 연합군 수중에 있었던 점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부상하자 2010년대 중반부터 인도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우회하여 미얀마와 파키스탄을 통해 인도양으로 진출하려는데 자극을 받았습니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을 치러 사이가 좋지 않고, 중국이 인도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데다,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갖고 있어 협력하기 좋은 나라였기 때문에 선택되었습니다. 미국이 이런 인도를 끌어들여 인도양에서 중국을 봉쇄하면 중국이 바다로 나올 수 있는 길을 모두 막을 수 있고, 설사 막지 못하더라도 견제는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인도에서 시작해 싱가폴, 디에고 가르시아, 호주를 연결하여 방어하면 효과적으로 중국을 봉쇄할 수 있게 되지요. 미국이 이렇게 봉쇄에 성공하면 1945년 이후 형성된 봉쇄선을 그대로 유지하게 됩니다. 미국이 이 선을 지키는데 성공하는 것이고, 이는 현상 유지를 타파하려는 중국에겐 뚫을 수 없는 방패가 된 셈입니다. 물론 어느 나라도 자기 뜻대로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지도를 보면 미국이 조금 더 유리한 상태라 말할 수 있습니다. 쿼드(QUAD)가 우리나라에 갖는 의미 [지도 2] 쿼드(QUAD) 국가들 쿼드는 중국을 봉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나라들을 지도상에서 선으로 연결한 모양을 가리킵니다. 얼추 4각형 모양이지요? 그래서 4각형이라는 뜻의 쿼드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지도 2 참조) 이 사각형 안에 미국, 일본, 호주는 이미 들어와 있는데 인도는 아직 저울질 중입니다. 인도도 적(중국)의 적(미국)을 친구라 생각할 테니 머지않아 이 구도 안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왜 미국이 이리 봉쇄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장차 이 쿼드와 어떤 관계에 있게 될까요? 미국이 쿼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중국한테 인도양이 뚫리면 아프리카가 중국 영향권 아래 들어가게 되고, 유럽도 머지않아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미국의 대서양 측면(동부)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태평양이 뚫리면 호주, 일본, 미국이 중국에 포위를 당합니다. 태평양도 반을 나눠 써야 합니다. 이 경우 미국은 대서양, 태평양 양편에서 중국 위협에 노출이 됩니다. 본토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 것이지요. 둘째는, 이러한 군사적 측면 외에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해온 국제금융 질서, 자국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는 무역질서 모두가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아 우방국들의 도움이 절실하고, 우방국들도 당장은 미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와 쿼드의 관계는 올 5월 21일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결정이 났습니다. 우리 정부가 명시적으로 가입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미 주사위를 던진 셈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를 미중 대결에서 미국 편에 선 것이고, 그 대가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받게 되겠지요. 뭐 어느 선택도 이익과 손해 요소 모두를 갖고 있으니 당장 이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현 상태에서는 우리가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미국 편에 선 것이라는 정도로 의미를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향후 남북관계의 전개 방향[사진 1] 시진핑 주석과 쿼드 국가의 수장들 주사위가 이미 던져졌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미국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했지요. 그러면 북한의 선택도 분명해진 셈입니다. 북한이 미국편에 서진 않을 테고 당연히 중국편에 설 것입니다. 그러면 과거 냉전시대처럼 진영으로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전처럼 남북이 체제 대결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 남북의 국력격차가 너무 벌어져 대결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다만 관계가 계속 냉각 상태일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교류도 쉽지 않게 되겠지요. 물론 이 역시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사이 다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과거에는 한 편에 서는 것이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주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 텐데요. 나눔 주제 1. 우리나라가 미국에 쿼드 협조의사 표현으로 어떤 영향을 받으리라 생각하시나요? 어떤 이유로 그렇게 보시는지 각자의 생각을 나눠 보세요. 2. 우리나라의 쿼드 참여 선택으로 남북 관계가 많은 영향을 받을 듯한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각자 생각하고 계시는 바를 이유와 함께 나눠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