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미 헬레나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 팍스크리스티코리아 공동대표) 이 책은 헨리 나웬 신부가 1980년대 초에 썼지만, 잡지에 일부분이 산발적으로 소개되다가 거의 20년이나 지난 2005년에야 PEACEWORK라는 제목으로 전체 본문이 출판되었다. 이 책의 후기를 쓴 예수회 존 디어(John Dear) 신부에 따르면, 헨리 나웬 신부는 1970년대에는 코네티컷의 트라이던트 핵잠수함 해군기지에서 벌어진 반전 평화집회 등에 지속적으로 참여했고, 80년대에는 내전이 벌어지던 니카라과와 과테말라에 가서 전국을 여행하며 레이건 대통령의 저강도전쟁 전략과 핵무기 경쟁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네바다 핵실험 장소에서 벌어진 항의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냉전이 고조되는 시기, 이 작은 책은 평화를 위한 행진이나 주장 같은 나웬 신부의 실천 행동의 영적 전망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나웬 신부가 말하는 평화의 의미, 그리고 평화를 수립하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한 3가지 활동. 즉 ‘기도하라, 저항하라, 함께하라’라는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본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라 저항하라』,헨리 나웬 글, 김정수 옮김, 성바오로, 2014) 평화를 만드는 일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소명의 중심에 속해 있다. 평화를 만드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전적으로 헌신해야 할 의무이다. 그리고 평화를 만드는 일은 우리 세기에 그리스도인들의 모든 과제 가운데 가장 긴급한 것이다. 이 언명은 내가 왜 평화를 만드는 일의 영성을 발전시키고자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20쪽). 1) 기도하라 평화를 만드는 사람은 기도한다. 기도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근원이자 열매이며, 핵심이고 내용이며 평화를 만드는 모든 일의 기초이고 목적이다. 평화는 바로 기도할 때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는 선물이다(27쪽). 기도는 평화를 만드는 모든 일의 기초인데, 우리가 기도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갈등과 전쟁이 발생하는 세계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평화를 주는 그분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45쪽). 기도 행위에 의해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기도는 무엇보다 어떤 것들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기도 행위로 자신의 존재 안에서 핵 파멸의 궁극적 결과까지도 기꺼이 헤쳐 나갈 수 있으며, 그 파멸의 한가운데서도 하느님께서는 살아 있는 이들의 하느님이며 어떤 인간적 권력도 결코 하느님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신하게 된다(54-55쪽). 2) 저항하라 평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모든 전쟁과 파괴의 사례에 대해 단호해야 하며 평화야말로 삶을 긍정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물임을 선포해야 한다(70쪽). 죽음에 대해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그것이 전쟁이든 오락물이든 상관없이 물리적 폭력에 대해 ‘아니요’라 말하는 것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다. 그것은 “남을 심판하지 마라”(마태 7,1)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깊은 헌신을 요청한다. 그것은 마음과 정신의 모든 폭력에 대한 ‘아니요’를 요청한다(84쪽). 죽음의 세력에 대한 저항은 우리가 생명의 힘에 온전히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의미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죽음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축하하는 것이다(97쪽). 그리스도인의 저항은 비폭력적이다. 우리가 원하는 평화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평화는 우리의 적을 예속시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회심시킴으로써, 힘을 보여줌으로써가 아니라 공동의 약함에 대한 고백을 나눔에 의해서,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근엄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냄으로써, 보복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쪽 뺨을 내밂으로써,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에 의해서 이루어진다(137쪽). 3) 함께하라 – 공동체의 필요성 평화를 위한 저항은 용감하고 용기 있는 개인들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신앙 공동체의 노력이다. 개인들은 설사 그들이 최고이며 가장 용감한 사람일지라도 쉽게 지치고 낙담하게 된다. 그러나 저항 공동체는 그 멤버들이 약해지고 절망하는 순간이 있을지라도 버틸 수 있다. 평화를 만드는 일은 우리가 함께 살고 노력할 때에만 지속적인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는 충실하고 지속적인 저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143쪽).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는 평화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포기함으로써 그리스도의 평화로 드러내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는 약함 속에서 드러난 강함, 의심을 인정함으로써 드러난 믿음, 절망의 순간을 솔직히 인정함으로써 드러난 사랑이 있는 곳이다(152쪽).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이 사람들이 자신들 안에 지니고 있는 위대한 인간적 재능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일이다(176쪽).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곧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시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절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권고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에게 빕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2코린 5, 17-20)